https://youtu.be/FwsKe6 Eov7 E
유나야 일어나 학교 가야지!
엄마의 자명 소리에 눈을 떴다.
늘 그랬다는 듯 나의 시선은 유리 깨진 낡은 시계를 향해 있었다.
시간을 보고 나는 인상부터 찌푸리고 언성을 높였다.
왜 지금 깨워줬어!!!!!!!!!!!!!!!! 어우 짜증 나!!!!!!!! 쾅!!!!!!
방문 소리가 세게 울려 퍼졌다.
주섬주섬 교복을 입고 나가려고 하였다.
그런데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.
유나야 미안한데.....
엄마가 몸이 좀 안 좋아서.........
아씨....... 또 감기야??!!!
그놈의 감기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??!!!
늦게.... 깨워줘서 미안하구나.......
자... 여기... 도시락 가져가렴......
타악!!!!!
됐어!!! 나 지각하겠어!!! 갈게.
도시락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.
신경 쓰지 않고 내 갈 길을 갔다.
되어 가면서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.
엄마는 말없이 주섬주섬 내 던져진 도시락을 다시 담고 있었다.
창백했다........
여느 때 보다 엄마의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.
하지만 늘 엄마는 아팠기 때문에 난 아무렇지 않게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.
.................. 종례시간이다.
이번 주 토요일 날 수학여행을 간단다.
가고 싶었다.
가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.
가난이란 걸 깨끗이 잊고 오고 싶었다.
엄마도 잠시 동안은 잊고 싶었다.
집에 와서 여느 때처럼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인상을 먼저 찌푸려졌다.
어어....... 우리 유나 왔어....?
엄마!!
나 이번 주 토요일 수학여행 보내줘!!!!
다녀왔다는 말도 안 하고 보내 달라고만 했다.
어..... 수학.... 여행이라고....?
어.
얼만.... 데....?
엄만 돈부터 물어봤다.
우리 집안 형편 때문에 가야 될지 안 가야 될지 고민했었다.
8만 원이 든다는데?
8........ 8만 원씩이나.....?
집에 8만 원도 없어?!
우리 그지야?? 그지?
이런 가난이 싫었다.
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난이 싫었다.
엄마도 싫었고, 식구가 엄마와 나 분이라는 것도 외로웠다.
엄마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이불속에서 통장을 꺼냈다.
여기.... 엄마가 한 푼 두 푼 모은 거거든....... 여기서 8만 원 빼가....
난생처음 보는 우리 집의 통장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.
고맙다는 말도 없이 당장 시내의 은행으로 달려갔다.
통장을 펴보니 100만 원이라는 나로선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 있었다.
이걸 여태 왜 안 썼나 하는 생각에 엄마가 또 한 번 미워졌다.
8만 원을 뺐다.
92만 원이 남았다. 90만 원이나 더 남았기 때문에 더 써도 될 것 같았다.
언뜻 애들이 요즘 가지고 다니던 핸드폰이라는 게 생각이 났다.
다시 40만 원을 뺐다.
가까운 핸드폰 대리점에 가서 좋은 핸드폰 하나를 샀다.
즐거웠다. 난생처음 맛보는 즐거움과 짜릿함이었다.
여러 색색의 예쁜 옷들이 많이 있었다.
사고 싶었다. 또 은행을 갔다. 이번엔 20만 원을 뺐다.
여러 벌 옷을 많이 샀다.
예쁜 옷을 입고 있는 나를 거울로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을 때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.
바로 엄마가 잘라준 촌스러운 머리였다. 또 은행을 갔다.
5만 원을 다시 뺐다.
머리를 예쁘게 자르고, 다듬었다. 모든 것이 완벽했다.
이젠 수학여행 때 필요한 걸 난 무조건 마구잡이로 닥치는 대로 고르고, 샀다.
그렇게 집에 갔다.
또 그 지긋지긋한 집에 가기 싫었지만, 그래도 가야만 하기 때문에 갔다.
엄만 또 누워 있었다. 일부러 소리를 냈다. 흐흠!!!!
소리를 듣고 엄마는 일어났다.
통장을 건네받은 엄마는 잔액을 살피지도 않고 바로 이불속으로 넣어 버렸다.
그렇게 기다리던 토요일이 왔다.
쫙 빼입고 온 날 친구들이 예뻐해 주었다.
고된 훈련도 있었지만, 그때 동안은 엄마 생각과 가난, 그리고.... 집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.
이제 끝났다.
2박 3일이 그렇게 빨리 지나 가는지 이제 알았다.
또 지긋지긋한 구덩이 안에 들어가야 한다.
나 왔어!!!
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
웬일인지 집이 조용했다.
나 왔다니까!!!!??
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
또 조용하다. 신경질 나고 짜증 나서 문을 쾅!! 열었다.
엄마가 있었다. 자고 있었다.
내가 오면 웃으며 인사하던 엄마가 딸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자기만 한다.
혹시 내가 돈을 많이 썼다는 걸 알고 화난 걸까?
쳇.... 어차피 내가 이기는데 뭐......
그런 생각을 하며 엄마를 흔들려했다.......
그런데......... 그런데..................!
엄마가........... 차가웠다..........
이상하게 말라버린 눈물부터 났었다.
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.
그 싫었던 엄마가 차가운데...... 이상하게 슬펐다.
믿어지지 않았다................
마구 흔들어 깨워보려 했다. 하지만........... 엄마는 일어나지 않았다.......
눈을...... 뜨지..... 않았다........
얼른 이불에서 통장을 꺼내 엄마의 눈에 가져다 대고 울부짖었다....
엄마! 나 다신 이런 짓 안 할게!!!!!!!!!!!
안 할 테니까!!!!!!!!!!!!!!!!!!!!!!!!
제발 눈 좀 떠!!!!!!!!!!!!!!!!!!!!!!
통장을 세웠다. 그런데 무언가가 툭 떨어져 내렸다.
엄마의 편지였다. 조심스럽게 펼쳐 보았다.
*나의 사랑하는 딸 유나 보아라
유나야 내 딸 유나야
엄마 많이 미웠지? 가난이 죽도록 싫었지?
미안하다..... 미안해....
이 엄마가 배운 것도 없고, 그렇다고 돈도 없었어.......
유나한테 줄 거라곤... 이 작은 사랑.....
이 쓸모없는 내 몸뚱이밖에 없었단다.......
아.... 엄마 먼저 이렇게 가서 미안하다.......
엄마가 병에 걸려서...... 먼저 가는구나......
실은....... 수술이란 거 하면 살 수 있다는데........
돈이 어마어마하더라......
그래서 생각했지.....
그까짓 수술 안 하면........
우리 유나 사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으니까.....
내가 수술 포기한다고......
근데...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되어서....
이젠 몇 달을 앞두고 있단다......
딸아......
이 못난 엄마.......
그것도 엄마라고 생각해준 거 너무 고맙다....
우리 딸...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?
딸아..... 우리 유나야....
사랑한다.......... 사랑해........
-엄마가-
추신: 이불 잘 뒤져봐라.....
통장 하나 더 나올 거야..... 엄마가 너 몰래 일해가면서 틈틈이 모은 2000만 원이야....
우리 유나...... 가난 걱정 안 하고 살아서 좋겠네^^
.......
........
..........
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너무 미워진다.
그동안 엄마를 미워하던 거보다 100배.... 아니 1000배..... 아니, 끝도 없이 나 자신이 미워지고 비열해진다........
왜 나같이 못난 딸을 사랑했어..... 어....?
수술비...... 내가 펑펑 쓴 그 돈이 수술비.....
왜 진작 말 안 했어....... 어.....? 왜 진작 말 안 한 거야.......
엄마가 정성껏 싸준 도시락도 내던져 쳤는데.......
엄마한테 신경질 내고 짜증 부렸는데..... 엄마 너무너무 미워했는데.......
그렇게 밉고 나쁜 날 왜 사랑한 거냐고.........
어.......?
엄마 바보야? 왜 날 사랑했어.... 왜.... 왜......
이젠 그렇게 보기 싫었던 누워있는 모습조차 볼 수 없겠네....
엄마의 그 도시락도 먹을 수 없겠고....... 엄마가 맨날 깨워주던 그 목소리도...... 들을 수 없겠네.....
나.... 엄마 다시 한번 살아나면.... 하느님이 진짜 다시 한번 도와주신다면...... 그때는 정말 고마웠다고 말할게......
미안하고....... 사랑해..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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